잘 준비
나는 천천히 혼자가 충분해지는 법을 배웠다.
혼자서 맛있는 걸 먹으러 걸어 나가고, 해 좋은 날에 산책도 나가보고, 쇼핑도 가본다.
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한참 걸어 나왔다. 네가 앉았던 자리에 혼자 앉아서 먹는데, 그때 먹었던 감동이 없다. 네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지만, 적어도 네게 메뉴판을 줄줄 읽어줘야 할 일은 없으니 마음은 편하다.
집 청소를 마치고 해가 비치는 창문 앞에 앉았는데, 글쎄 이제는 내가 너를 영영 떠나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꼭 그럴 자신이 있었다.
괜찮아지다가도 괜찮지 않은 날이 올 것을 안다. 그마저 지나고 나면, 어쩌면 그때쯤에는 네 덕에 좀 더 배웠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때에는 밉지도 않을 것 같다. 미운 것까지 하지 않는 날에는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는 너의 미래를 함께할 사람도 아니었고, 네가 가장 사랑할 사람도 아니었다. 나는 단지 네가 얼마큼 사랑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모두가 네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줄 사람이었을 뿐이며.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나, 너는 어째서인지 나를 다시 울게 할 것이라서 너를 떠나게 된다.
나는 네가 두 번 다시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나, 네가 그것을 알아도 붙잡지 않기를.
창문 앞에 앉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해가 진다.
저녁을 먹고 잘 준비를 한다.
잘 읽고가, 사랑해 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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