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으로

  가는 길 내내 바닥만 보고 걸었다.
그래 지겹도록 우는 날도 있는 거지.
여긴 물을 향해 투신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기에 까마득하게 까만 물속에 사람이 비친다.
까만 물 앞에 앉아서 물속에서 숨을 쉬는 상상을 해본다. 조용히. 먹먹하게. 숨을 쉬는.

무려라고 하면 무려가 되고 겨우라고 하면 겨우가 되는 하루를 
뭍으로 뭍으로 헤엄쳐 나와 살면서 녹진한 웃음을 짓는다. 또 새로운 해가 뜨는 내일이 있으니까. 이겨내지 못하는 하루도 있는 거지.

언젠가는 눈물을 모았다가 한 번에 울려고 했는데 눈물은 모이지 않고 또 마른다.
어느 날처럼 엉엉 울었으면 싶은데 이제는 눈물도 없이 
무려라고 하면 무려가 되고 겨우라고 하면 겨우가 되는 어둑한 밤에 건너편에 누워있는 유기견을 본다. 
아이야 이런 데서 잠들면 얼어 죽어. 다정하게 핀 능소화를 깔아 아이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다시 건너편으로 돌아가 한참을 지켜본다. 
오래도록 너를 구해줄 수는 없겠지만 찬 바닥은 피하며 지내기를. 너도 까만 물속에서 지내는 날에는 조용히 먹먹한 숨을 멈추지 말기를. 뭍으로 뭍으로 헤엄쳐 나와 사는 날에는 따뜻한 바람이 너를 감싸기를. 또 새로운 해가 뜨는 내일이 있잖니. 

팽팽 돌아가는 평행세계 속에서 건너편 삶의 나를 쳐다본다. 행복하구나, 행복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떨군 고개를 쳐들고 녹진한 웃음을 짓는다. 웃고 살자. 또 다른 평행세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도록. 

뭍으로 뭍으로 헤엄쳐나가면서 생각보다 차갑지 않은 물에게 인사한다. 
또 보겠지만, 잘 지내렴. 나는 뭍으로 뭍으로 헤엄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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