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움에 관하여

 그 친구랑 이 길을 걸었던 것 같다.
조금 더웠거나 조금 쌀쌀했다.
매일 같은 레퍼토리의 실없는 이야기를 했다. 매일 같은 토론 주제에, 같은 입장이었다. 우리는 '그런 입장'이었고 '그렇지 않은 입장'에 대해서 열을 내며 이야기했던 것 같다.
숨어서 나쁜 짓을 자주 했고, 때로는 그게 목적이었다.
그때의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잃지 않기 위해 갖지 않았다.
그 친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같은 방향을 향하다가도, 이젠 너무 멀어져 버린 각자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푸석푸석 길게 늘어진 머리의 길이가 내 괴팍함을 대변하는 것 같다.
매번 관계에 있어서 너그러움이 부족했던 것을 후회한다.
너무 매정하고, 너무 냉정하다. 나는 그랬다.
그 친구와 나의 거리가 멀어진 것도 내 냉정함 때문인 건가 하고 떠올린다.
우리가 갈라서기 시작했던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과연 나는 너그러운 사람 일 수 있을까.
내 부족한 너그러움이 우리를 멀어지도록 만든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먼발치에서 내 등을 바라보는 그 친구의 시선을 느낀다.
나는 매정한 사람. 너그럽게 군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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