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하게 산다는 게
한 달 중 하루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서점에서 파는 원고지 샘플을 우연히 펼쳤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랑고백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삶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고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멋진 글씨로 멋진 글을 써둔 사람도 있었고 꿈꾸는 미래를 다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엿보다 보면 과연 나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원고지에 어떤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을까. 보여줄 수 있는 일기를 쓰는 일을 하는데 막상 원고지에 적어보려니 막막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냐는 메모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또 들었던 것 같다. 타인을 납득시켜야 할 진심은 진심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걸까.
내 진심은 영원하지 못했다. 진심이었다가, 습관이었다. 진심이라 불릴 자격 없는 진심이었다.
무해하게 살고 싶다고 적었다. 적어도 그렇기 위해서는 자격 있는 진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무해하게 살 수 있을까. 무해하게 산다는 게 얼마나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면서 쉽게도 말했지.
말라붙은 입술을 뜯어내며 고민했다.
무해하게 산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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