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기도 전부터 나는 세상이 싫었나 보다.
엄마 뱃속에 있겠다고 꾸역꾸역 고집을 부려, 결국에는 탄생과 동시에 엄마를 아주 아프게 했더라지.
시작부터 불효였다.

내 몸에 자꾸 일기를 남겨서 평생 지울 수도 없이 맨날 읽어야 한다.
옷이 짧아지는 계절에는 일기장을 숨기려 애썼다.
누군가 내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최악이었다.

내 새벽은 과연 누구에게 설명해야 정당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의 진심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을까.
또, 도망가기 바빴던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억지스레 감췄던 눈물은 다 어디로 가버렸던 것일까.
내가 숨을 참으려 했던 건 사람들의 악취가 싫었던 것일까 나에게서 나는 악취가 싫었던 것일까.

아무렇지 않은 건 없었다.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서 피를 흘리며 잠든 날과 쓰라려서 잠들지 못한 날을 모두 세려면 몇 개의 손가락이 필요했고 이 노래는 몇 번쯤 흘러야 했을까.

우체통에 느린 편지를 실어 보냈다.
편지가 도착할 때쯤에는 편지의 수신자가 너무너무 멀어졌길 바라는 마음을 꼬깃꼬깃 접어서 글을 꾹꾹 눌러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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